우리 사회의 기독교, 그 가운데서도 장로교단들에 있어서의 가장 심각한 현실은 신앙의 표준이 사라져버렸다는 점이다. 특별히 표준문서(Westminster Standard)라 불리는 신앙의 표준적인 내용을 풍성하게 지닌 장로교단들 가운데서도, 더 이상 교리적인 표준이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가운데 있는 것이다.
사실 웨스트민스터 총회 이후의 역사는 교리적인 일치를 제대로 도모하지 못한 혼란의 시대사였으며, 소위 자유주의의 물결이 거침없이 장로교회들을 넘나들고 말았던 역사였다. 그리고 그런 역사를 거치면서 개인화와 주관주의가 보편적이 된 시류 가운데서, 웨스트민스터 총회의 결과물들은 거의 독보적인 정점을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조차도 더 이상 표준이 되지 못하는 우리 시대의 신학적인 논의들이 얼마나 소모적이겠는가? 겉으로는 거창한 신학적 논지들을 펼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선전이요 유명세를 기대하는 욕망을 투영하는 말잔치에 불과한 일(event)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도 칭의론과 같이 신학적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결론지어진 주제들에서조차 이견을 보이고 있는 기독교 신학의 현실 가운데서, 심지어는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조차 각자 자기의 소견대로 이해하여 아전인수로 활용하고 있으니, 한동안 혹은 오래도록 우리 사회의 신학 명제들은 한낱 논쟁의 수단일 뿐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현상들은, 미국의 프린스턴 신학교의 1세대 장로교회신학 교수였던 사무엘 밀러가 이 책 『장로회제도』(Presbyterianism, 1835)에서 이미 예견했었던 현상들이다. 특별히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밀러는 경고하기를, “장로회제도의 중요한 특징이 초대교회와 사도적 교회의 모델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 제도가 최고의 유익을 실행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반드시 많은 부분에서 초대교회와 사도적 교회의 정신을 유지해야만 한다. 만일 기독교 제도의 단순성을 버린다고 한다면, 성도들이 초대교회 시대의 순수함을 버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러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나면, 그들은 외형적인 쇼(show)와 예식(ceremony)으로 그들의 부족함을 메우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바로 그 같은 경고와 더불어, 사무엘 밀러는 이 책을 통해 영적 전투를 준비하는 장로교회의 분명한 소리(고전 14:8)를 내고 있다.
- ‘서언’ 중에서
저자 및 역자 소개
사무엘 밀러
20세기 초까지 신대륙 미국의 장로교회 신학을 주도했던 프린스턴신학교의 1세대 교수들 중 한 인물이었던 사무엘 밀러(Samuel Miller, 1769–1850)는, 1769년 10월 31일에 델라웨어 주의 도버(Dover)에서 출생했다. 그의 아버지 존 밀러(John Miller, 1722–1791)는 사무엘 밀러보다 앞선 세대에 목사의 사역을 감당했었고, 사무엘 밀러의 형이었던 에드워드 밀러(Edward Miller)는 뉴욕 주의 유명한 의사이자 학식 있는 교수였다고 한다. 1789년에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를 졸업한 사무엘 밀러는, 이후로 1791년에 설교자 인허를 받았으며, 1804년에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신학박사(D.D.) 학위를 취득하여, 1813년부터 1849년까지 36년 동안 프린스턴 신학교에서 교회사 및 교회정치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평생에 걸쳐서 미국 장로교회 내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논쟁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장로교회의 정체성을 유지시키고자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러한 논쟁들 가운데서도 결국 미국 장로교회는 구파(old schools)와 신파(new schools)의 분리가 이뤄지고 말았다. 그러한 중요한 시점에서 사무엘 밀러는 당시의 장로교회가 직면했었던 수많은 신학적인 문제들과 목회적인 문제들에 관련한 권위자였으며, 특히 신학과 전기적인 글들(biographical writings), 그리고 당시 직면한 논쟁들과 관련한 다양한 글들을 통해 유명해졌다. 대표적인 저서로는『치리장로에 대한 글』(An Essay on the Office of the Ruling Elder, 1831)과『장로회제도』(Presbyterianism, 1835)가 있으며, 또한 전기적인 글로써『18세기에 관한 간략한 회고』(A Brief Retrospect of the Eighteenth Century, 1803),『존 로저스 목사의 회고록』(Memoir of the Reverend John Rogers, 1813) 등이 있다.
장대선
신구대학 사진과를 졸업한 후에 사진기자로 활동하다가, 안양대학교 신학대학원 M.Div 과정을 졸업하고 목사가 되었다. 현재는 고백과 문답 출판사의 대표로 활동하면서 고려신학대학원에서 Th.M 학위과정을 마쳤으며, 그러한 일정 가운데서도 줄기차게 번역 및 저술 활동을 해 오고 있다.
그 동안의 저술로는 가정예배모범에 관해 역사적인 배경 가운데서 상세히 해설한 『교회를 세우는 가정예배』(231면), 또한 웨스트민스터 공예배 모범의 해설서이자 교재인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 스터디』(351면), 그리고 16세기에 칼뱅에 의해 초안된 프랑스 신앙고백에 대한 시대적 배경과 그 독특성을 탐구한 『프랑스 신앙고백 해설』(세움북스, 432면)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장로교회정치의 모범인 제2치리서를 번역하고 해설한 책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의 제2치리서』(293면) 등, 국내에 한 번도 소개된 적이 없는 귀중한 장로교회정치의 자료들을 번역하여 소개하고 있다.
한 줄 리뷰
글 작성 유의사항
첫 번째 리뷰를 남겨주세요!